대전충남 행정통합, 위정자들에게 도민은 이리도 하찮은 존재인가?

지난해 12월 5일 충남지역 타운홀 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충남과 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또한 광주·전남도 지난 1월 5일 광주·전남 행정통합추진기획단을 구성한데 이어 대통령과 해당지역 광역단체장들의 간담회 이후 통합에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부산·경남도 이에 질세라 2024년 11월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통합을 위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한때 행정통합 논의를 주도했던 대구·경북지역에서도 경쟁에 뒤처질까 우려하며 통합논의에 들어가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쯤 되자 기초자치단체에서도 통합논의가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천안·아산, 예산·홍성, 서산·태안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부상하며 지방선거를 앞둔 주요 이슈로 등장할 기세다.   그야말로 행정통합이 모든 지역의 발전을 획기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는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듯 속도전 속에 온갖 장밋빛 전망이 남발되면서 진지한 논의의 장을 질식시키고 있다.   환경단체의 입장에서는 마치 예비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건너뛰고 졸속으로 추진하는 대단위 개발사업을 보는 듯하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나 정치적 성과 과시의 수단이 아니다. 이는 지역 정체성, 재정 구조, 행정 서비스 접근성, 주민의 권리와 의무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 정책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통합 논의는 주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가 철저히 배제된 채 일부 행정 권력과 정치권 중심으로 묻지마식으로 강행되고 있다.  최근 대전KBS가 발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2%가 행정통합을 처음 듣거나 내용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주민들이 행정통합에 대한 찬반을 선택할 준비가 전혀 안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정통합이 갖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행정 효율성 제고, 경쟁력 강화라는 구호만 있을 뿐, 재정 불균형 우려와 행정 서비스의 지역 간 차이 심화, 환경시설 편중 우려, 농촌·소외지역의 희생 가능성 등에 대한 구체적 분석과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특히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시설과 폐기물 처리 시설 입지 갈등 등 환경적 현안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통로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민주적 절차 없는 통합은 결국 환경 정의의 훼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충남은 전국 석탄발전소의 절반이 밀집한 데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에너지다소비형 산업으로 인해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서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주요 대기업들이 납부하는 법인세와 지역자원시설세 등의 세수로 오염원 주변 주민들에 대한 환경개선 사업과 건강영향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행정통합으로 또 다시 대도시로 재정 쏠림현상이 일어난다면 주민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충남도민은 대통령과 지역 정치권이 “지금부터 대전충남 행정통합 실시한다! 실시!”를 외치면 ‘실시!’라고 복명복창하며 복종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어쩌다 주권자인 충남도민이 정치권의 ‘쫄따구’ 신세로 취급됐는지 개탄스럽다. 위정자들에게 도민은 이리도 하찮은 존재란 말인가.  지금이라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졸속 추진하고 있는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를 당장 중단하고 도민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라.     2026. 1. 15    충남환경운동연합